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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독자글마당
독자글마당 2018.12.01 ~ 2018.12.31당첨자 발표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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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벤치 gpss2***2018.08.16

기상관측이래 처음이라는 폭염이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도 지났건만 수그러들 줄을 모르는 참으로 지독한 더위다. 입추가 지나면 흔히 '남은 더위'라고 조금은 참을 만도 하련만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르니 더위를 처분해야 할 처서가 지나야 찬바람이 드려나보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마당 한 구석에서 세상 모르게 자라던 다래나무 잎마저 축 늘어진 오후, 아직 해가 지려면 이른 시간인데도 할아버진 누군가를 기다리고 계신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을 혼자 지키기엔 많이도 외로우신가 보다.
학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손자를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일 나가신 할머니를 기다리는지 눈길은 자꾸만 시내 쪽 찻길만 바라보신다. 보행자가 드문 한적한 시골길이라 그런가 지날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아무도 앉는 사람이 없는 길가 가로수길 빛 바랜 벤치엔 오늘도 오직 할아버지 한 분만이 전용 벤치인양 지키고 계실 뿐이다. 얼마나 더우실까? 요즈음은 런닝 셔츠 차림으로 애꿎은 부채질만 연신 하시는 모습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금광호수를 향해 달리다 보면 시원하게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만이 함께할 뿐, 그 아래 벤치엔 비 오는 날만 빼고는 연로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항상 계신다는 사실을 내가 알기까지 무려 반년이 지난 걸 보면 나도 꽤나 주변 현실에 무관심했나 보다.
‘나이 먹는 게 죄는 아닌데 이상하게 죄인이 되는 것 같아.’라는 어느 캠페인의 한 구절이 불현듯 떠올라 나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 ‘집에 노인이 안 계시면 빌려서라도 모셔라’는 그리스의 이 격언은 무엇을 의미할까? 살기에 팍팍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내 가족 챙기기도 힘들었다는 이유로 내 주변을 뒤돌아보지 못한 조금은 이기적인 나의 무관심이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무더운 이 여름이 다 지나기 전에 한 번쯤이라도 내 이웃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자고 다짐해보는 시간이다.